-되돌릴수 없는 것들 -
너의 얼굴을 만지면 손에 하나 가득 가을이 만져지다 부서진다.
쉽게 부서지는 사랑을 생이라고 부를 수 없어
나는 사랑보다 먼저 ........생보다 먼저 .....쓸쓸해진다 .
적막한, 적막해서 아득한 시간을 밟고 가는 너의 가녀린 그림자를 본다.
네 그림자 속에는 어두워져가는 내 저녁의 생각이 담겨 있다.
영원하지 않은 것들을 나는 끝내 사랑할 수가 없어
네 생각 속으로 함박눈이 내릴 때 ...
나는 생의 안쪽에서 하염없이 그것을 바라만 볼 뿐
네 생각 속에서 어두워져가는 내 저녁의 생각 속에는... 사랑이 없다 .
그리하여 나의 쓸쓸함엔 아무런 기원이 없다...
기원도 없이 쓸쓸하다....
기원이 없어 쓸쓸하다 ...
(박정대,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