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副題)는 '충정로 사랑방에서 기거했던 어느 노숙인의 시'이다.
98년 사업이 망해 노숙인시설로 온 장금씨는
이 시 한편을 남기고 끝내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숨졌다.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일 뿐...
하루해가 아쉬웠는데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피붙이들은 이산(離散)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悔恨)을 안긴다.
결코 사양하겠노라고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서 무너지고
무료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와 조우할까 조바심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을 숨기고
아려오는 가슴으로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의 한 끼니를 만난다.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降等)당한 나에게는
이제 아무도 없다.
50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석촌공원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亂麻)의 세월들이
만감(萬感)의 상념들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수치심을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청계산 소나무에 걸고
비겁(卑怯)의 생을 마감하자니
눈물을 찍어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서리발처럼 눈에 꽂힌다.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걸어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음악:Secret Garden-In our te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