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낭송

오월의 길 위엔- 유승희 오월의 길 위엔- 유승희 연둣빛이 파랗게 물들어가는  오월의 길 위엔  언제나 변함없이 당신이 서 계십니다  파삭하게 야윈 가슴골 켜켜이  아릿아릿한 아픔으로 콕콕 쑤셔 댔던  나이만 먹은 철없는 늙은 딸년이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  골목 어귀에 나와 계시던 어머니  돌아가는 길엔 차 길 까지 배웅하시며  눈물바람은 또 얼마나 하셨을 런지..  뒤 돌아보면 돌부처처럼  그 자리에 서 계시던 어머니  목줄기 타고 울컥 치미는  그리움으로 눈물 적시는  오월의 길 위엔  언제나 변함없이 당신이 서 계십니다. 더보기
여기서 오래도록 기다렸습니다-류근 당신이 그 자리에 당도할 때까지 여기서 오래도록 기다렸습니다 저 별과 그 별을 지나 전생과 또 전생을 지나 비가 오고 꽃이 피고 수만의 가을이 지나는 동안 그 약속 잊은 적 없습니다 나 여기서 오래도록 당신 기다렸습니다 한눈에 당신을 예감했고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당신 숨결 더 파랗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여기서 알아보았으니 되었습니다 더 이상 먼 약속 남기지 않아도 괜찮겠습니다 이젠 사랑이 아프지 않습니다 사랑이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 기쁘게 놓아드릴 수 있어서 이 우주 안에서 마침내 기쁘게 죽을 수 있겠습니다 더보기
바보 꽃잎에 물들다 -김시천 바보...꽃잎에 물들다 -김시천 그냥 물들면 되는 것을 그냥 살포시 안기면 되는 것을 저절로 물이 들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을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로만 요란하였구나 그만, 바보짓을 하였구나 그냥 물들며 되는 것을 노을이 하늘에 물드는 것처럼 꽃에 꽃물이 드는 것처럼 그냥 꽃잎에 기대어 가만히 가만히 물들면 되는 것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고 그냥 당신에게 물들면 되는 것을 더보기
비망록-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1990) 더보기
때로는 우리가 -원태연 때로는 그대가 불행한 운명을 타고났으면 합니다. 모자랄 것 없는 그대 곁에서 너무도 작아 보이는 나이기에 함부로 내 사람이 되길 원할 수 없었고 너무도 멀리 있는 느낌이 들었기에 한 걸음 다가가려 할 때 두 걸음 망설여야 했습니다. 때로는 내가 그대와 동성이기를 바라곤 합니다. 사랑의 시간이 지나간 후 친구도 어려운 이성보다는 가끔은 힌들겠지만 그대의 사랑얘기 들어가며 영원히 지켜봐 줄 수 있는 부담없는 동성이기를 바라곤 합니다. 때로는 우리가 원수진 인연이었으면 합니다. 서로가 잘되는 꼴을 못보고 헐뜯고 싸워가며 재수없는 날이나 한번 마주치는 인연이었으면 생살 찢어지는 그리움보다는 차라리 나을 것 같습니다. 더보기
도종환 -시인-오월 편지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며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멥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더보기
먼 여행-유영석 먼 여행-유영석 그가 떠났습니다 돌아오기 힘든 아주 먼 여행을 떠났습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내 허락도 없이 그렇게 그는 떠났습니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와 내가 웃을수 있는 기억을 모두 가지고 빈 껍데기가 되어버린 나만 남긴채 그는 영영 떠났습니다 눈물이 나오질 않습니다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저 멍하니 혼자 남겨졌다는 허무함에 가슴만 울어댑니다 내게 가장 소중했던 시간을 알고 있던 유일한 사람 내게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알고 있던 유일한 사람 그리고 내 유일한 사랑... 이제는 정말 만날일 없기에 이제는 정말 우연히라도 마주칠일 없기에 살아서 이별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려주기 위해 그는 떠났습니다 더보기
찬비내리고-나희덕 찬비 내리고-편지 1/나희덕 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몹시 앓을 듯한 이 예감은 시들기 직전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더보기
다시 피고 싶었습니다 -천준집 %원문과 다르게 낭송 하였음을 밝힙니다 들꽃 처럼 피고 싶었습니다 돌아보니 바람 같은게 인생인 것을 어디 쯤 온 걸까 돌아보니 아득히 오고 만것을 처음엔 그저 들꽃처럼 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들꽃 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천 가닥의 생각으로 저물어 가는 나의 심장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귓가를 핥으면 바람이 할키고 간 그자리에 나를 묶은 채 소리없는 통곡을 해야만 했습니다 머리맡에 널브러진 약 봉투는 또 하루를 살기 위한 몸부림 이던가 때론 잡초처럼 질기고 질긴게 목숨이라더니 늙은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듯 내 몸 구석구석 맑은 피들이 굳어져만 가고 고목나무 가진 겨울을 보내고 새싹을 틔우듯 그렇게 다시 들꽃처럼 피고 싶었습니다 밤 별들이 곱게수 놓을 때쯤 사투를.. 더보기
[시낭송 모음 III ]사랑, 그리움 그리고 이별 [시낭송]치자꽃 설화 -박규리 [시낭송]술보다 독한 눈물 -박인환- [시낭송]독작(獨酌 )-류근- [시낭송]끝끝내 -정호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