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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

다시 피고 싶었습니다 -천준집

%원문과 다르게 낭송 하였음을 밝힙니다

들꽃 처럼 피고 싶었습니다

돌아보니 바람 같은게 인생인 것을

어디 쯤 온 걸까 돌아보니 아득히 오고 만것을

처음엔 그저 들꽃처럼 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들꽃 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천 가닥의 생각으로

저물어 가는 나의 심장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귓가를 핥으면

바람이 할키고 간 그자리에 나를 묶은 채

소리없는 통곡을 해야만 했습니다

머리맡에 널브러진 약 봉투는 또 하루를 살기 위한 몸부림 이던가

때론 잡초처럼 질기고 질긴게 목숨이라더니

늙은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듯

내 몸 구석구석 맑은 피들이 굳어져만 가고

고목나무 가진 겨울을 보내고 새싹을 틔우듯

그렇게 다시 들꽃처럼 피고 싶었습니다

밤 별들이 곱게수 놓을 때쯤 사투를 벌이던 통증은

온몸 마디마디 날 선 칼날로 헤집고

참을 수 없는 외마디 비명은 집안 가득 허공에 메아리 치는데

또 다시 아날로그 초침 소리가 새벽 6시를 알리면

떨리는 신열로 더운 선혈 솟구칠때

나도 울고 동박새도 울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허기진 계곡에 만신창이가 된채 새순이 돋기를 기다리며

참 많은 생각을 해야만 했습니다

아! 바람 같은게 인생이던가

들꽃처럼 피어나 향기로 남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쳐다봐 주지 않아도 이름없는 무덤가에

들꽃처럼 다시 피고 싶었습니다

가느린 들꽃처럼 피어나 식지 않는 심장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돌아보니 바람 같은게 인생이더냐

인생은 찰나의 바람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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