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 여자가 사는법

오영묵-전라도길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슬픈 역사를 노래한 (한센병) 시인 한하운의 시 "전라도길"[詩 전라도 길]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天安 삼거리를 지나도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西山에 남는데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가는 길.신을 벗으면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가도 가도 천리千里, 먼 전라도 길. 더보기
이 여자의 겨울나기 -이 여자의 겨울나기- 가슴이 시린 삶을 살아가는 모든이들에게 그렇겠지만... 내게 있어 2008년의 겨울은 버텨내서 이겨내야 했던 생존의 과제엿다. 이만큼의 나이동안 많은 겨울들이 나를 스쳐갔지만 이번의 겨울은 이제서야 겨우 철든 어른으로서 거듭나기를 해야만 하는 겨울나기이기도 햇다.. 2008년 12월에는 .... 약 3개월간 주4일이상을 집을 비워가며 스키를 썩 좋아하지도 않으면서도 스키라는 명분을 걸고 겨울나기를 하기위해..... 나는 더욱 겨울을 향해 돌진햇다. 그리고 ....혼자서도 오랫동안 낯설은 곳까지 운전하는법..... 혹한에 나를 내어놓는법..... 나와 다른 향기를 지닌 낯설은 타인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는법... 높은곳에 올라가도 두려워하지 않는법....... 어떤 추억과 마주쳐도 가슴.. 더보기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여름 뙤약볕을 머리에 인 채 호미 쥐고 온 종일 밭을 매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 고된 일 끝에 찬 밥 한덩이로 부뚜막에 걸터 앉아 끼니를 때워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꽁꽁 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해도 그래서 동상이 가실 날이 없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난 괜찮다 배부르다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더운 밥, 맛난 찬 그렇게 자식들 다 먹이고 숭늉으로 허기를 달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가 추위에 헤져 이불이소리를 내고 손톱이 깍을 수 조차 없게 닳아 문들어져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술 좋아하는 아버지가 허구헌날 주정을 하고 철부지 자식들이 .. 더보기
비상-김재진 잠들지 마라 내 영혼아 오랜 침묵을 깨고 입을 연 농아처럼 하염없는 길을 걸어 비로소 빛에 닿는 생래의 저 맹인처럼 살아 있는 것은 저마다의 빛깔로 부시시 부시시 눈부실 때 있다 우리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넘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내다 버리고 싶어도 버리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이 인생 덫에 치어 버둥거리기만 하는 짐승의 몸부림을 나는 이제 삶이라 부르지 않겠다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숨막힘 사방으로 포위된 무관심 속으로 내가 간다 단순히 우리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넘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넘어진 것들이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그렇듯 넘어짐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일으켜 세우는 자 없어도 때가 되면 넘어진 자들은 스스로 일어나는 법 잠들지 마라 내 영혼아 바닥에 닿은 이마 들어 지평선 위로.. 더보기
술보다 독한 눈물 -박인환 눈물처럼 뚝뚝. . . 낙엽지는 밤이면 당신의 그림자를 밟고 넘어진 외로운 내 마음을 잡아 보려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그렇게 이별을 견뎠습니다. 맺지 못할 이 이별 또한 운명이라며 다시는 울지 말자 다짐 했지만 맨 정신으론 잊지 못해 술을 배웠습니다. 사랑을 버린 당신이 뭘 알아 밤마다 내가 마시는건 술이 아니라 술보다 더 독한 눈물이였다는 것과 결국 내가 취해 쓰러진건 죽음보다 더 깊은 그리움 이였다는 것을. . . 더보기
혼자서 떠났습니다-이정하 언제나 혼자였습니다. 그 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난 눈을 뜨기 싫었습니다. 이렇게 어디로 휩쓸려 가는가. 세상 사람들 모두 남아 있고 나 혼자만 떠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따로따로 걸어가는 것보다 서로 어깨를 맞대며 함께 걸어가는 것이 훨씬 더 아름답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늘 혼자서 떠났습니다. 늘 혼자서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늦은 밤, 완행열차 차창 밖으로 아득히 별빛이 흐를 때, 나는 까닭없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혼자서 가야 하고 혼자서 닿아야 하는 것이 우리 종착지라면 어쩐지 삶이 쓸쓸하지 않습니까. 낯선 객지의 허름한 여인숙문을 기웃거리며 난 늘 혼자라는 사실에 절망했습니다. 그렇게 절망하다가, 어느 바람 부는 거리 한 구석에서 나는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당신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더보기
달맞이 꽃-김병걸 달맞이 꽃의 울음소리를 들어 본적 있습니까 비오는 황토길 쑥꾹새보다 더 소슬한 울음빛으로 밤마다 목고개를 뒤로 젖히던 꽃 달맞이 꽃이 서러운 밤이면 잔뜩 웅크린 도회지 한복판 철둑길로 황사 바람이 불어옵니다 황사 바람이 흔드는 창가에는 미완성 그림이 오열하는 이젤 하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건너편 마로니에 찻집 구석진 자리에도 달맞이 꽃이 있습니다. 낡은 턴 테이블에 얹혀 가물대는 음악 그 음악에 매몰된 추억의 그림자를 깔고 앉아 소리죽여 울다가 돌아가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음악:Fariborz Lachini - Traveller 더보기
가난한 이름에게-김남조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까 검은 벽의 검은 꽃 그림자 같은 어두운 향로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겨울 밤 고독 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고독한 남자들과 허무와 이별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 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에 고독도 과해서.. 더보기
혼자 사랑한다는것은-이정하 갑자기 눈물이 나는 때가 있다 길을 가다가도 혹은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는 때가 있는것이다. 따지고보면 별일도 아닌 것이었는데 왜 울컥 목이 메어오는것인지... 늘 내 눈물의 진원지였던 그대. 그대 내게 없음이 이리도 서러운 건줄 나는 미처몰랐다. 덜어내려고 애를 써도 덜어낼 수 없는 내슬픔은 도대체 언제까지 부여안고 가야하는것인지.. 이젠 되었겠지 했는데도 시시각각 더운 눈물로 다가오는 걸 보니 내가 당신을 사랑하긴 했었나보다. 뜨겁게 사랑하긴 했었나보다.. 조용히 손을 내밀었을때 내가 외로울때 누가 나에게 손을 내민 것처럼 나 또한 나의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다. 그 작은 일에서부터 우리의 가슴이 데워진다는 것을 새삼 느껴보고싶다.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네가 내 안에 .. 더보기
윤동주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는지 물을 것입니다. 그때 얼른 대답할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나는 그때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의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나갈 것.. 더보기